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입력 : 2011-03-06 21:24:05ㅣ수정 : 2011-03-06 21:24:07

ㆍ커지는 ‘전자책 시장’… 정부·문단 대책 분주
ㆍ문화부, 별도 도서정가제 적용 등 법안 만들기로
ㆍ문단에선 전자책의 현재·미래에 대한 논의 활발


전자책은 출판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일으킬까.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한국 출판계와 문단은 이미 지각변동을 시작한 듯하다. 아이패드의 확산과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보급으로 점차 전자책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 당국과 문단에서는 전자책 활성화가 가져올 외적·내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을 시작하고 있다.
■ 전자책을 위한 제도적 변화
일부 인터넷 서점의 전자책 할인판매 ‘출혈경쟁’이 도서정가제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경향신문 2010년 11월8일자 보도)이 제기된 후 대책 마련에 나섰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자책과 관련한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화부는 지난해 말 전자책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뒤, 지난달 중순 전자출판산업 활성화 방안과 함께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문화부는 안정적인 전자책 출판을 위해 전자책에도 출판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전자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도서정가제 적용기준을 담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전자책은 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간에 대해서는 정가의 10% 이상 할인 판매를 금지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터넷 서점의 입맛에 따라 고무줄 할인율을 적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종이책 출간과 함께 나온 전자책을 정가의 30~50% 할인 판매하고, 전자책 단말기 판매를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업계의 인식 부족과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로 전자책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었다. 문화부는 올해 상반기 중 전자책 관련 규정을 세부적으로 다듬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완성해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전자책도 기본적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활발히 출간되기 시작한 전자책들이 종이책의 출간 연도와 상관없이 사실상 모두 ‘신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세부 규정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종이책으로 발간된 지 18개월이 넘은 전차책의 경우, 신간이라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입법이 완료되는 대로 감시·감독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출판계 관계자들은 전자책에도 엄격한 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문화부의 정책은 전자책 출판 활성화를 위해 도서정가제 적용을 종이책보다 완화해주는 내용”이라며 “종이책의 경우도 개정판을 낼 경우 신간으로 봐서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전자책도 같은 경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도서정가제 규정이 없는 미국의 경우 전자책 할인 경쟁이 팔리는 책만 출판하도록 만들어 출판물의 ‘종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며 “엄격한 도서정가제는 작가와 독자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전자책과 문학의 미래
문단에서도 전자책이 문학 창작·수용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 봄호는 ‘전자책 시대의 문학’을 특집 기획으로 다뤘다. “전자책은 읽기와 쓰기를 둘러싼 매체의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큰 혁신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로 이어진 세상은 ‘같이 쓰기’, 동시다발적이고 비선형적인 글쓰기를 촉발한다. 이것은 시와 소설과 같이 한 사람이 글의 처음과 끝을 장악하고 차례차례 써 나가는 선형적 글쓰기와 전혀 다른 규칙으로 전개된다”고 말한다.
김민영씨는 미국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전자책의 예로서 실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하이퍼픽션과 테크노픽션, 소설과 게임의 경계를 허무는 ‘비주얼 노블(Visual Novel)’을 소개한다. 김씨는 “미래의 소설은 문자나 종이책의 전유물이 아니라 마치 복합기처럼 문자와 사운드, 컬러와 그림이 합해져 새롭게 태어나는 스크린 속의 종합예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엽씨는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의 현주소를 지적한다. 애플이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포함해 15만권의 전자책을 제공하고, 구글이 전 세계 100여개국 3500개 출판사 400개 도서관과 합작해 1500만권의 책을 디지털화해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을 소개하며 “전자책 저작권과 유통 문제를 기존 국내업체들이 좌우하고 있어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틈입할 여지를 찾기 어렵다”며 “국내 전자책 시장은 아직 그 플랫폼이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소외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06212405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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