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넥스트라디오’가 생길 수 있을까?
들어가며
작년 8월 말,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재난 대응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2018년부터 출시되는 삼성·LG 스마트폰에서 FM 라디오 수신기능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삼성의 갤럭시 S9과 S9+에는 다음과 같이 FM 라디오 직접 수신이 가능한 ‘라디오’ 앱이 선탑재되었습니다. LG 역시 Q6 등에서 별도의 app 설치 없이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속에는 FM 수신칩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활성화시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DMB를 통해 라디오 청취가 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국내 이통사의 경우 라디오 앱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라디오를 청취하지 않으면 데이터 사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익적 측면에서 사용을 제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외산폰(소니 엑스페리아2)을 사용하는 필자는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기본 FM 라디오 앱을 통해 평소에도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이런 기능이 올해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이동통신망이 마비되었던 사건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국민에게 재난 상황 당시 카카오톡과 네이버 등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정부에서는 긴급 재난 방송 청취 등을 목적으로 스마트폰의 FM 수신칩 활성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FM 수신칩이 활성화되면, 스트리밍 방식의 라디오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데이터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디오 방송을 하루 1시간씩 한 달간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1.3G 데이터(약 1만5천 원~2만 원)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FM 수신기능 활성화와 이에 맞춘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EBS 반디)이 올해부터 출시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nextradio’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진출 지역 및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는 추세입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8월 트렌드&리포트에서는 하이브리드 라디오란 무엇인지, 넥스트라디오는 어떤 회사인지, 스마트폰 FM 수신 활성화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풀어보겠습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란?
잘 아시다시피, 하이브리드(Hybrid)란 두 개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해 장점만을 선택, 성능이나 경제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라디오에 적용해보면 실시간 라디오 방송 수신은 전파로, 나머지 부가 콘텐츠와 양방향 서비스 구현은 인터넷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라디오’가 됩니다. 기존 FM 라디오와 인터넷이 결합한 형태의 라디오라는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장점으로는 스트리밍과 달리 데이터 부담이 없다는 점,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FM칩을 활성화시키면 되므로 추가 전자제품이 필요 없으며, 실시간 방송 정보 전달 및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급 시 재난 방송 수신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FM 라디오 수신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라디오 채널을 브랜드이미지나 로고로 선택하거나, 풍부한 방송정보, 실시간 피드백, SNS 공유, 다시듣기 등 확장된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보여줍니다.
이런 장점을 살린 하이브리드 라디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FM 수신칩이 ‘활성화’된 상태이면서 Nextradio와 같은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이 있어야 합니다.
TagStation & nextradio
넥스트라디오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해외 라디오 업계 동향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라디오업계는 일찍이 이통사, 제조사, 정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내 지상파라디오 수신칩 활성화를 요구해왔습니다. 먼저 유럽의 경우 ‘Universal Smartphone Radio Project’라는 이름으로 라디오의 사회적 책임과 청취자 편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FM 활성화만 위한 것이기보다는 DAB, DAB+, HD 라디오까지 포괄한 개념입니다. 유럽은 DAB+ 기반의 디지털 라디오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BBC는 물론 EBU(유럽방송협회)를 중심으로 미국 NAB(미국방송협회), 호주 CRA(상업라디오협회)까지 연계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폰 FM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비율 또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TagStation, LCC’라는 회사가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을 개발하여 스마트폰 FM 활성화에 대해 이통사, 제조사,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덕분에 이뤄졌습니다.
TagStation, LCC는 미국 ‘Emmis Communication’이 설립한 자회사로, 사업 비용을 미국 라디오업계 공동 펀드와의 콜옵션 콜옵션(Call Option)이란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즉,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을 통해 보장받는 독특한 구조의 회사입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양대 핵심 요소인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Nextradio)과 방송 정보 클라우드 서비스(Tag Station)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TagStation, LCC가 라디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들의 다양한 사업 영역을 살펴보겠습니다.
TagStation Services
TagStation, LCC의 ‘태그스테이션 서비스’는 라디오 방송사업자가 보내는 방송정보, 플레이리스트, 음악, 프로모션, 스포츠, 광고 등의 다양한 시각 콘텐츠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라디오 방송에 필요한 다양한 콘텐츠는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인터넷을 통해 넥스트라디오 앱(스마트폰), HD 라디오, 커넥티드 카(자동차)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Nextradio
‘넥스트라디오’는 TagStation, LCC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입니다. 넥스트라디오를 통한 사업목표는 스마트폰에서 FM 아날로그 및 HD 라디오를 표준화하고, 새로운 방식의 라디오 청취 및 홍보/광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하이브리드 연결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넥스트라디오는 미국, 캐나다, 남미 일부 국가에서만 서비스되다가 2017년 1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넥스트라디오의 한국 진출은 미주 지역 이외의 국가로 처음 확장한 사례이며, 한국을 통해 주변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꾀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태그스테이션의 지속적인 정책 변경 요구와 홍보의 결과, 넥스트라디오는 미국 내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2018년 7월 기준). 캐나다와 남미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한 단말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2018년 7월 기준으로 넥스트라디오 앱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LG Q6 등 7종에 불과합니다. 즉, 올해 출시된 삼성·LG 스마트폰에서 FM 라디오 직접 수신은 가능하나,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인 ‘넥스트라디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LG에서 라디오 구동 API를 열어준 Q6 등 7종뿐인 것입니다.
넥스트라디오 앱을 이용하면 1개의 앱으로 여러 방송사의 라디오 방송을 통합해서 즐길 수 있으며, 청취자를 위한 다양한 인터랙션 서비스도 즐길 수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 대해 좋아요, 싫어요, 공유하기, 메시지 보내기 등을 이용할 수 있고(Radio Fan),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기록에 저장해두거나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노래 구입·기록). 프로그램 트윗, 아티스트 정보, 이벤트 및 긴급 알림 등 개인별 맞춤화된 콘텐츠를 선별하여 즐겨 찾는 방송국과 최신 정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Newsfeed).
이렇듯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을 통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청취자는‘내가 좋아하는’ 방송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태그스테이션에 따르면 인터랙티브 라디오 환경을 제공하는 방송국의 경우, 청취자 수와 청취시간(TSL, 37분)이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Dial Report
태그스테이션은 ‘다이얼리포트’라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넥스트라디오를 통해 얻은 청취자 참여 데이터를 프로파일링하여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라디오 광고에 최적화된 분석 플랫폼입니다. 다이얼리포트는 방송국과 광고주에게 다음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청취자 위치, 교통상황, 노출, 청취자 참여, 청취자 행동 등을 포함한 스마트폰 사용자 데이터 및 라디오 방송국 광고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연령, 성별, 민족, 교육, 소득, 구매 의도 등을 기준으로 라디오 잠재 고객을 이해하고 타겟팅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모든 청취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로부터 실시간 적용 가능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합니다.
Connected Car
미국은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매우 활성화된 국가입니다. 넓은 아메리카 대륙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자동차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 역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태그스테이션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고 자동차용 넥스트라디오를 통해 음악 프로그램과 동등한 수준의 시각적 콘텐츠를 운전자에게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그스테이션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자동차 관련 업체에 무료로 제공하여 사용자를 확보하고, 지역 이동 시 현재 위치에서 장르별로 청취 가능한 방송국 목록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Emmis Communications의 또 다른 자회사 BTC에서는 라디오방송 데이터로 교통, 날씨, 연료 가격 및 기타 위치기반 정보를 자동차에 송출하고 있는데, 이렇게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넥스트라디오에 얹어 커넥티드 카에 제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난매체로서의 라디오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데이터 수신이 불가능한 재난 시에도 FM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은 인터넷이 끊긴 경우에도 긴급 정보 수신이 가능한 유일한 생명선이 됩니다. Global Security Syste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넥스트라디오 앱 뉴스피드에 ALERT-FM 긴급 메시지를 제공하는 등 재난 매체로서의 기능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넥스트라디오가 발표한 2016년 미국의 6대 재난 시 넥스트라디오 청취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청취자 수와 청취시간이 모두 급증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Ⅳ 라디오에 새로운 옷을 입혀주자
국내에도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이 개발된다면?
올해부터 출시되는 삼성․LG 스마트폰에서 FM 라디오 직접 수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의 FM 라디오 앱을 통해 빠르고, 지속적으로 재난 방송을 청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디오 음영지역은 87.5%에 달하는데(재난방송수신환경실태조사, 2015), 만약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이 개발된다면 이 음영지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라디오가 가진 각각의 단점을 상호 보완해주는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넥스트라디오처럼 지상파 방송사 연합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이 개발된다면, 청취자 입장에서는 각 방송사의 라디오 앱을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집니다. 1개의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만 설치해도 다양한 라디오 채널 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이 개발되면 그동안 데이터 걱정으로 라디오를 듣지 않았던 젊은 층(모바일세대)이 새로운 청취자층으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청취자의 이용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게 됩니다. 성별, 지역, 청취시간, 채널 변경경로, 피드백 빈도, 볼륨 조정, SNS 사용 등의 이용자 데이터는 편성, 광고 및 마케팅 자료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태그스테이션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넥스트라디오라는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을 개발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청취자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청취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다이얼리포트’ 등으로 재가공하여 라디오 시장을 새로운 광고시장으로 삼으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상파 라디오 연합의 선결과제
Nextradio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라디오 업계가 연합해 만든 별도의 회사, ‘Tagstation, LCC’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비는 업계 공동 펀드에서 보장받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였고, 단일 조직을 통해서는 사업 추진력을 확보했습니다. 2017년 DAB+로 디지털 라디오를 시작한 호주는 상업라디오협회 중심의 정책 추진으로 현재 5개 대도시에서 65%의 인구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홍콩 디지털 라디오는 고전 끝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국영방송과 4개 기타사업자가 디지털 라디오 운영방식을 애매한 형태로 이끌어가게 되어 플랫폼 정책과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상생활 속 필수매체는 TV(38.1%)가 아닌 스마트폰(56.4%)이 되었고, 재난 시 의존 매체 역시 TV(38.5%)보다 스마트폰(57.1%)이 크게 앞서는 등 스마트폰은 일상이나 재난 발생 시에도 가장 중요한 매체가 되었습니다(2017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그리고 2018년 현재, 스마트폰의 FM 라디오 칩은 활성화되었고, 넥스트라디오는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입니다. 더 이상 지상파 라디오가 하이브리드 라디오 앱을 개발하는 데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라디오 구동 API를 열어주어야 하는 문제나, 이통사의 데이터 사용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라디오 협의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국내 라디오 방송이 아날로그라는 고정관념을 벗고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오디오 콘텐츠로서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참고자료 및 관련 사이트
– https://nabpilot.org/
– https://www.worlddab.org/
– www.radiodns.org
– http://korea.nextradioapp.com
– NextRadio : The Smartphone Lifeline During Weather Emergencies (Nextradio, 2017.08.06.)
– Universal Smartphone Radio Project (EBU Digital Radio Summit, 2015.02)
– Digital Radio Europe and Asia Pacific Q4 2016 infographic
– 한국 라디오의 해묵은 과제, 하이브리드로 돌파하자 (방송과기술, 2016.02.02.)
– 스마트폰도 라디오처럼 FM 수신 가능해진다 (경향비즈, 2017.08.29.)
– NextRadio® App Makes First Entry into Asia with South Korea Expansion (TagStation Press, 2017.11.01.)
– 2017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 2018)
– 국은주 라디오센터장 “지금 KBS는 빈사 상태의 환자 같아”(GO발뉴스, 2018.04.24.)
그림 2번 고화질 좀 찾아주시고, 페이지는 보시고 2줄씩 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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