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4 12:30
애플은 왜 아이패드2 가격을 안올렸을까?
아이패드2가 미국시각으로 11일 금요일부터 판매된다. 전후면 카메라가 장착되고, A4보다 더 빠른 듀얼코어 A5칩 장착, 1080p 비디오 미러링을 지원하는 등 1세대 아이패드에 비해 더 가볍고, 얇으며, 성능은 좋아졌다. 무엇보다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세대와 같다.
현재 아이패드2를 비롯하여 올해 시장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컴퓨터만 100여 종에 이른다. 그야말로 올해는 몇 년 전 넷북이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태블릿 컴퓨터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상되는 태블릿 경쟁구도는 아이패드2와 안드로이드OS 3.0 허니콤 태블릿으로 압축된다.
아이패드2가 시장에 판매되기 전, 여러 매체에서 아이패드2 리뷰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카메라 품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예상 밖으로 스틸카메라의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아이패드2의 최대 장점으로 하나같이 꼽고 있는 것은 기기의 기능이나 성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격이다.
아이패드2가 공개될 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가격이 아이패드 1세대에 비해 더 비싸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동결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 아이패드2 가격 경쟁력의 원천
번스타인리서치(Bernstein Research)에 따르면, 애플이 공개한 마지막 분기의 평균 이익 마진율은 38.5%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마진율은 25% 정도 된다고 한다. 애플이 판매하는 제품 평균 마진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이폰 4의 마진율이 50~6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이패드의 마진율은 의아해 보일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아이폰 4와 아이패드를 비교했을 때, 16GB 제품 기준으로 각각 600 달러와 500 달러 수준의 가격이 책정되어 판매된다면 마진율 비교가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이미 디스플레이 부품 가격만 비교해도 아이패드의 제품 단가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GB 제품이 없는 아이팟터치의 경우에도 32GB 제품이 2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이패드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애플 제품 평균 판매단가보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플은 투자자들에게도 전체적인 이익 마진율은 낮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결국 경쟁 심화에 따른 것이며, 특히 아이패드에 대해 마진을 줄인 것은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라는 애플의 전략적인 결정으로 보여진다.
현재 애플은 경쟁사와 비교하여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핵심 부품인 AP(Application Processor)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4에서 쓰이는 A4와 아이패드2가 채택한 A5
A4와 A5는 애플이 디자인하여 전문 파운드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또 아이팟터치와 아이폰라인에 동일한 AP를 사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경쟁사들은 엔비디아나 퀄컴 등 칩 제조사로부터 구매한 AP를 사용해야 한다. 여러 제조사가 사용하다보니 수급 문제에 있어서도 가격이 변동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결국 경쟁사들의 부담은 이미 AP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AP 외에도 플래시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는 기기를 구성하는 중요 부품이다. 애플은 전 세계 플래시 메모리의 20~25%를 사용[각주:2]한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플래시 메모리 대량구매를 통한 가격 낮추기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미 태블릿 컴퓨터가 시장에 붐을 일으키기 전부터 애플은 디스플레이 수급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정된 생산량을 가진 주요 부품을 애플이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다른 어떤 경쟁력보다 특별한 파워를 가지게 된다. 애플은 6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금보유를 주요 부품 수급에 활용하고 있다. 경쟁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현금력으로 부품 확보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1월 실적발표 자리에서 2년간 안정적인 부품 수급을 위해 39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 도시바 등으로부터 구입할 터치디스플레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아이패드2의 주요 경쟁 제품을 생산할 모토로라나 삼성전자, LG전자, HP, RIM 등은 아직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모토로라와 삼성전자를 제외한 제조사들은 CES에서 선보인 신형 제품의 양산 및 판로에 대해 정확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2분기 내에,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라는 수준으로 언급하고 있다.
아이패드2에 맞설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모토로라의 줌은 800 달러에 가격이 책정되었으며, 통신사의 보조금을 받으면 600 달러 선이다. 7인치 삼성전자 갤럭시탭 역시 500 달러 선이다. 여기에 개통 최소 비용 55달러를 포함시킨다면 가격은 더 늘어난다.
이들 제품과 비교하여 아이패드2 32GB 제품이 AT&T를 통해 무약정으로 729 달러에 판매된다는 것을 비교하면 이미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아이패드2가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주목받고 있는 경쟁 제품인 모토로라 줌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다른 태블릿 컴퓨터는 더욱 심각하다. 제품 원가를 낮출 뚜렷한 방법이 없으며, 양산시 부품 수급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아이패드2에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동일한 가격 조건이라 하더라도 허니콤(Honeycomb) 탑재 태블릿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아이패드는 이미 거의 1년에 가까운 시장 검증 기간을 거쳤고 작년 말까지 1,500만 대를 팔았다. 아이패드2가 출시됨에 따라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경험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과의 단순 비교에 있어서도 애플은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다. 어느 방면에서 보더라도 아이패드를 향한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익 마진 줄인 진짜 이유는 바로 소비자
애플이 아이패드2의 가격을 1세대 제품과 같이 맞춘 것은 분명히 전략적인 결정이다. 경쟁 제품들이 아이패드에 비해 더 나은 부품을 사용하여 경쟁 우위를 강조하는 사이에 애플은 하드웨어에 대한 많은 투자보다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하여 아이패드2는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다시 돋보이게 되었다. 아이폰 사용자가 추가적인 통신비용 부담 없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팟터치나 아이패드 연결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만 보더라도 애플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더 많은 애플 제품을 비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애플의 움직임에 비추어 보면, 경쟁사들의 전략은 기능과 성능 우선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시장의 사실상 표준 태블릿이나 다름없는 아이패드 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제조원가의 상승을 불러왔고, 결국은 제조사 스스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가계 통신비 지출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기능을 가진 다양한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 플레이어 등의 등장은 제조사들을 위험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통신 소비 지출을 줄이려는 가계의 통신비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와이파이 버전과 아이패드 와이파이 + 3G 버전 어느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까? 아이패드 와이파이 버전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결국 애플의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고 본다. 아이폰 사용자가 통신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G 버전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통신 영역이 겹치게 된다. 비즈니스 계층이 아니면 분명 통신 과소비로 이어진다. 3G가 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용자는 결국 통신비 고민으로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애플이 이런 점을 모르고 있을까?
애플의 아이패드2 가격 정책은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 마진율을 낮추고도 시장에 내놓는 것은 소비자의 사용 행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자녀들에게 아이팟과 아이팟터치를 사용하게 하며, 아이패드를 구입하겠다면 분명 가격과 통신 요금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패드의 이익 마진율을 낮춘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경쟁자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Think Different)이 바로 애플의 장기이자, 스티브잡스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박병근 기자 keunpark@ebuzz.co.kr |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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